전세를 끼고 사면 돈이 적게 든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전세가율이 높은 곳을 고르라는 조언도 따라옵니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면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어디일까요.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받아 17개 시도를 전부 계산해봤습니다. 1위는 전북이었습니다. 전세금이 매매가의 98.9%였습니다.
전세가율은 직접 계산해야 한다
한국부동산원은 전세가율을 따로 발표하지 않습니다. 통계표 738개를 뒤져도 그런 항목이 없습니다. 대신 아파트 매매 평균가격과 전세 평균가격을 각각 1㎡당 만원 단위로 냅니다. 두 값을 나누면 됩니다.
2026년 6월 전국 기준으로 전세 평균 단가는 544.1만원, 매매 평균 단가는 706.9만원이었습니다. 나누면 77.0%입니다. 이 글의 숫자는 전부 이렇게 나눠서 얻었습니다. 지수와 달리 실제 금액이라 지역끼리 비교할 수 있습니다.
1위 전북, 꼴찌 세종
| 지역 | 매매 단가 | 전세 단가 | 전세가율 |
|---|---|---|---|
| 전북 | 319.0만원/㎡ | 315.6만원/㎡ | 98.9% |
| 전남 | 259.6만원/㎡ | 239.3만원/㎡ | 92.2% |
| 경북 | 264.4만원/㎡ | 241.8만원/㎡ | 91.5% |
| 전국 | 706.9만원/㎡ | 544.1만원/㎡ | 77.0% |
| 경기 | 825.1만원/㎡ | 514.1만원/㎡ | 62.3% |
| 서울 | 1,614.1만원/㎡ | 895.5만원/㎡ | 55.5% |
| 세종 | 670.6만원/㎡ | 336.3만원/㎡ | 50.1% |

비율만 보면 전북이 압도적입니다. 1㎡당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3.4만원뿐입니다. 전용면적이 얼마든 그 비율은 같습니다. 돈이 거의 안 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같은 표의 매매 단가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전북은 1㎡에 319.0만원, 서울은 1,614.1만원입니다. 5.1배 차이입니다. 비율이 높은 곳이 자산으로서 좋은 곳이었다면 순위가 이렇게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이 숫자가 실제로 재는 것
전세금은 지금 그 집에 사는 값입니다. 매매가는 거기에 앞으로의 기대가 얹힌 값입니다. 이 비율은 매매가 중에서 전세금으로 설명되는 몫이 얼마인지를 보여줍니다. 나머지가 기대의 크기입니다.
전북 98.9%는 그 기대가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사는 값과 갖는 값이 같습니다. 반대쪽을 보면 서울 동남권은 41.8%였습니다. 매매 단가 2,757.7만원 중 전세로 설명되는 부분이 1,151.6만원이고, 나머지 1,606.1만원이 기대입니다.
1㎡당 갭으로 비교하면 서울 동남권 1,606.1만원, 전북 3.4만원입니다. 470배입니다. 같은 나라 아파트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반년 사이에 벌어진 일
이 비율은 고정된 값이 아닙니다. 2026년 1월부터 6월까지 어떻게 움직였는지 봤습니다.
| 지역 | 매매 단가 변화 | 전세 단가 변화 | 전세가율 |
|---|---|---|---|
| 전국 | 655.9 → 706.9 (+7.8%) | 534.0 → 544.1 (+1.9%) | 81.4% → 77.0% |
| 서울 | 1,549.2 → 1,614.1 (+4.2%) | 856.2 → 895.5 (+4.6%) | 55.3% → 55.5% |
| 지방 | 401.1 → 395.2 (-1.5%) | 319.0 → 324.1 (+1.6%) | 79.5% → 82.0% |
전국 수치가 반년 만에 4.4%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전세가 내려서가 아닙니다. 전세는 1.9% 올랐는데 매매가 7.8% 올라서 벌어진 일입니다. 기대가 커지면 이 비율은 떨어집니다.
지방은 방향이 반대였습니다. 매매 단가가 1.5% 내리고 전세 단가가 1.6% 오르면서 비율이 79.5%에서 82.0%로 올라갔습니다. 지방에서 이 숫자가 오른 것은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매매가가 빠진 결과입니다.
이 계산의 한계
-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공식 전세가율이 아닙니다. 평균 단가 두 개를 나눈 값입니다
- 지역 전체 평균이라 개별 단지의 값과는 다릅니다. 같은 시에서도 단지마다 크게 벌어집니다
- 신축과 구축, 큰 평형과 작은 평형이 모두 섞인 평균입니다
- 매매와 전세의 거래 대상이 같은 집이 아닙니다. 전세가 많은 단지와 매매가 많은 단지가 다르면 비율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갭이 작다는 것은 들어가는 돈이 적다는 뜻이지 안전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매매가가 조금만 내려도 전세금보다 낮아질 수 있습니다. 전북처럼 갭이 1㎡당 3.4만원인 곳은 그 여유가 거의 없습니다.
숫자를 어디에 쓸까
전세가율은 그 지역에서 집을 사는 값과 빌리는 값이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높으면 벌어짐이 작고, 낮으면 큽니다. 그 벌어짐을 시장이 붙인 기대라고 읽을지, 거품이라고 읽을지는 각자의 판단입니다. 다만 어느 쪽으로 읽든 순위표는 같습니다.
저는 이 표를 만들고 나서 이 숫자를 단독 지표로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전북 98.9%와 세종 50.1%를 놓고 어느 쪽이 좋은 숫자인지 말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1㎡당 3.4만원으로 집을 살 수 있다면, 그 쉬운 일을 왜 사람들이 안 하고 있는지부터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세가율은 답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숫자에 가깝습니다.
확인하실 순서는 이렇습니다. 관심 지역의 전세가율을 보고, 같은 표에서 매매 단가를 함께 봅니다. 그 다음 최근 6개월 동안 전세가율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는지, 그리고 그게 매매가 때문인지 전세가 때문인지를 나눠 봅니다. 세 가지를 같이 봐야 숫자가 말이 됩니다.
비율이 낮으면 싼 동네인가요
서울 동남권 41.8%가 서울 평균 55.5%보다 낮은데, 동남권이 더 싸다는 뜻인가요?
반대입니다. 이 비율의 분모가 매매 단가라서, 매매가가 비쌀수록 비율이 낮아집니다. 동남권 매매 단가는 1㎡당 2,757.7만원으로 서울 평균 1,614.1만원의 1.71배입니다. 전세 단가 1,151.6원을 그 큰 분모로 나누니 41.8%가 됩니다.
그래서 이 표는 낮은 쪽이 비싼 표입니다. 전북 98.9%, 전남 92.2%, 경북 91.5%가 위에 있고 서울 55.5%, 세종 50.1%가 아래에 있습니다. 순위를 “좋고 나쁨”으로 읽으면 방향이 정확히 거꾸로 뒤집힙니다.
전북의 갭이 1㎡당 3.4만원이면 거의 공짜로 살 수 있다는 뜻인가요?
들어가는 돈이 적다는 뜻이지 여유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매매 단가 319.0만원 중 3.4만원이 갭이므로, 매매가가 1.07%만 내려도 전세금이 매매가를 넘어섭니다(3.4 ÷ 319.0). 서울 동남권은 같은 계산이 1,606.1 ÷ 2,757.7 = 58.2%라 견줄 수준이 아닙니다.
또 하나, 3.4만원은 지역 전체 평균 단가 두 개를 뺀 값이지 특정 매물의 갭이 아닙니다. 매매가 많은 단지와 전세가 많은 단지가 다르면 이 차이 자체가 흔들립니다. 실제로 살 집의 갭은 그 단지의 두 가격을 직접 봐야 나옵니다.
전국이 반년 만에 4.4%포인트 떨어졌다는데, 전세금이 싸진 건가요?
전세금은 올랐습니다. 떨어진 몫을 두 힘으로 갈라보면 어느 쪽이 움직였는지 보입니다. 전세 단가를 1월 값(534.0)으로 묶어두고 매매만 655.9 → 706.9로 올리면 81.4%가 75.5%로, 5.9%포인트 내려갑니다. 거기서 전세를 534.0 → 544.1로 올리면 75.5%가 77.0%로, 1.4%포인트 올라옵니다.
두 몫을 더하면 −4.4%포인트로 표의 값과 맞습니다. 즉 이 하락은 전세가 내려서가 아니라 매매가 전세보다 네 배 빠르게 올라서 생긴 것입니다(+7.8% 대 +1.9%). 비율 하나만 보면 전세 세입자에게 좋은 소식처럼 읽히지만, 실제로는 전세금도 오른 상황입니다.
서울과 지방이 둘 다 전세가율이 올랐으니 두 곳이 비슷하게 움직인 건가요?
같은 방향인데 원인이 반대입니다. 서울은 매매가 4.2% 오르는 동안 전세가 4.6% 올라서 55.3%가 55.5%가 됐습니다. 전세가 매매보다 더 오른 유일한 줄입니다.
지방은 전세가 1.6% 오르는 동안 매매가 1.5% 내려서 79.5%가 82.0%가 됐습니다. 오른 폭은 2.5%포인트로 서울(0.2%포인트)보다 훨씬 큰데, 그 대부분이 분모가 줄어든 데서 나옵니다. 비율이 오른 것만 보고 두 시장을 같이 묶으면 안 되는 이유가 이 표에 그대로 있습니다.
전세를 알아보는 중이라면
- 전세가율 80%를 넘는 서울 빌라는 어디에 몰려 있을까 (같은 지표를 시도 평균이 아니라 더 좁은 단위로 내려가 본 글)
- 다가구주택 전세, 내 앞에 몇 가구가 있나 (갭이 얇을 때 세입자 쪽에서 실제로 확인해야 하는 것)
- 미분양 6만 7천호, 전국 숫자가 가리는 것 (비율 순위와 금액 순위가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또 다른 표)
출처
- 한국부동산원 R-ONE (월) 지역별 매매 평균가격_아파트 (A_2024_00188), 2026년 6월 https://www.reb.or.kr/r-one/
- 한국부동산원 R-ONE (월) 지역별 전세 평균가격_아파트 (A_2024_00192), 2026년 6월 https://www.reb.or.kr/r-one/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본문의 수치는 2026년 6월 기준이며 이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