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전세 계약을 앞두고 전세가율을 검색하면 구별 평균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숫자는 대부분 아파트가 섞인 값입니다. 아파트와 빌라는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전세보증금을 떼이는 사고는 거의 빌라에서 일어납니다.
서울 25개 자치구의 연립·다세대 실거래를 2025년 8월부터 2026년 7월까지 12개월분 받았습니다. 매매 39,830건과 순수 전세 52,361건입니다. 이걸로 빌라만 따로 전세가율을 계산했습니다. 지표 자체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전세가율이 높다는 건 무슨 뜻일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같은 건물끼리 짝을 지었다
구 전체의 매매 평균과 전세 평균을 나누면 숫자는 쉽게 나옵니다. 그런데 그 방법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매매로 나오는 빌라와 전세로 나오는 빌라가 같은 건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두 방법으로 각각 계산해 봤더니 동대문구는 75.4%와 56.9%로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자치구·법정동·건물명·준공연도가 모두 같은 건에 한해 매매와 전세를 짝지었습니다. 12개월 안에 매매와 전세가 둘 다 나온 건물이 9,930개 동이었습니다. 건물마다 매매 ㎡당 단가의 중앙값과 전세보증금 ㎡당 단가의 중앙값을 구해 나눴습니다.
거르고 시작한 것도 적어 둡니다. 계약이 해제된 거래 1,835건을 뺐습니다. 전월세 139,258건 중 월세가 0원인 순수 전세 52,361건(38%)만 남겼습니다. 반전세는 보증금이 낮게 잡혀 전세가율을 왜곡합니다.
9,930개 동의 성적표
중앙값은 60.9%였습니다. 절반의 건물은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의 61%를 넘지 않습니다. 문제는 위쪽 꼬리입니다.
| 전세가율 | 건물 수 | 비중 |
|---|---|---|
| 80% 이상 | 1,796동 | 18.1% |
| 90% 이상 | 820동 | 8.3% |
| 100% 이상 | 343동 | 3.5% |
100%를 넘는 건물이 343동입니다. 그 건물의 전세보증금 단가가 매매 단가보다 높다는 뜻입니다.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다 못 돌려주는 구조입니다. 이 343동 중 강서구가 67동으로 가장 많고 송파구 34동, 양천구 29동이 뒤를 이었습니다.
강서구와 용산구의 거리
구별로 보면 격차가 큽니다. 강서구는 667개 동 중 39.1%가 전세가율 80%를 넘습니다. 다섯 동 중 두 동입니다. 중앙값도 76%입니다. 반대로 용산구는 460개 동 중 1.3%뿐이고 중앙값이 34%입니다.
| 자치구 | 80% 이상 비중 | 전세가율 중앙값 | 건물 수 |
|---|---|---|---|
| 강서구 | 39.1% | 76% | 667동 |
| 강북구 | 35.7% | 72% | 221동 |
| 도봉구 | 32.4% | 73% | 182동 |
| 구로구 | 30.5% | 72% | 233동 |
| 관악구 | 29.2% | 69% | 305동 |
| 서울 전체 | 18.1% | 60.9% | 9,930동 |
| 서초구 | 8.4% | 55% | 570동 |
| 성동구 | 3.8% | 40% | 210동 |
| 용산구 | 1.3% | 34% | 460동 |
매매 단가가 낮은 구일수록 전세가율이 높습니다. 땅값이 비싼 곳은 매매가가 먼저 올라 전세가 따라가지 못합니다. 용산구의 34%는 그 건물이 안전해서가 아니라 매매가가 그만큼 높기 때문입니다.
새 빌라일수록 높다
준공연도로 나눠 보니 방향이 뚜렷했습니다.
| 준공 시기 | 전세가율 중앙값 | 건물 수 |
|---|---|---|
| 1989년 이전 | 42.1% | 747동 |
| 1990년대 | 52.6% | 1,899동 |
| 2000년대 | 57.0% | 2,082동 |
| 2010년대 | 68.3% | 3,861동 |
| 2020년 이후 | 62.1% | 1,341동 |

오래된 빌라는 건물값보다 땅값으로 거래됩니다. 재건축 기대가 매매가를 밀어올리는 동안 전세는 낡은 집값에 머뭅니다. 반대로 2010년대에 지은 빌라는 건물이 멀쩡해서 전세는 제값을 받는데 매매가는 오르지 않습니다. 전세사기 사건이 신축 빌라에 몰렸던 이유가 이 표에 그대로 있습니다.
사고가 나면 얼마를 먼저 받나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11조는 서울에서 보증금 1억 6,500만원 이하인 임차인을 최우선변제 대상으로 정합니다. 그리고 제10조는 그중 5,500만원까지만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먼저 받을 수 있게 합니다. 주택가액의 2분의 1이 한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받은 서울 빌라 순수 전세의 보증금 중앙값은 2억 3,000만원이었습니다. 1억 6,500만원 이하는 52,361건 중 23.3%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77%는 최우선변제 대상 자체가 아닙니다. 이 제도를 안전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다시 보셔야 합니다.
이 숫자로 할 수 없는 말
- 같은 건물이어도 층과 면적이 다릅니다. ㎡당 단가로 맞췄지만 1층과 4층의 차이까지 지우지는 못했습니다.
- 12개월을 한 덩어리로 묶었습니다. 이 기간 매매 ㎡당 중앙값은 810만원에서 908만원 사이로 움직여 변동 폭이 6%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묶었습니다.
- 전세가율 100%가 곧 사기는 아닙니다. 그 건물에 근저당이 없고 임대인이 자력이 있으면 문제가 안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여유가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 매매나 전세 중 하나만 나온 건물은 계산에서 빠졌습니다. 거래가 아예 없는 건물이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 가장 의외였던 것은 구별 순위가 아니라 방법에 따라 답이 달라진 폭이었습니다. 동대문구는 계산 방법 하나로 75%와 57% 사이를 오갔습니다. 어느 쪽도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라면 구 평균을 아예 보지 않겠습니다. 계약하려는 그 건물의 최근 실거래만 열어 보겠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건물명으로 검색하면 매매와 전세가 같이 나옵니다. 그 두 줄을 나눠 보는 데 5분이면 충분합니다.
구간별 동 수를 더하지 마세요
80% 이상 1,796동, 90% 이상 820동, 100% 이상 343동을 더하면 2,959동인가요?
더하면 안 됩니다. 세 줄은 누적 구간이라 서로 포함 관계입니다. 100% 이상 343동은 90% 이상 820동 안에 들어 있고, 820동은 다시 1,796동 안에 들어 있습니다.
구간별로 끊어 보려면 빼야 합니다. 80~90%는 1,796 − 820 = 976동, 90~100%는 820 − 343 = 477동, 100% 이상이 343동입니다. 9,930동 중 80%를 넘는 건물은 1,796동이지 2,959동이 아닙니다.
전세가율 100% 이상 343동 중 강서구가 67동이면 강서구가 가장 위험한가요?
건수 1위인 것은 맞지만, 건수 순위와 비율 순위는 다릅니다. 강서구는 표본에 들어온 건물이 667동으로 많은 편입니다. 67 ÷ 667 = 10.0%이고, 서울 전체는 343 ÷ 9,930 = 3.5%입니다. 비율로 봐도 세 배 가까이 높긴 합니다.
다만 뒤따르는 송파구 34동과 양천구 29동은 그 구의 표본 동 수가 이 글에 나와 있지 않아 비율을 낼 수 없습니다. 건수만 놓고 세 구를 나란히 줄 세우면 표본이 큰 구가 위로 올라갑니다.
2020년 이후 신축이 62.1%로 2010년대 68.3%보다 낮은데, 신축이 다시 안전해진 건가요?
그렇게 읽기에는 차이가 작습니다. 1989년 이전 42.1%에서 2010년대 68.3%까지 26.2%p가 오르는 흐름 안에서 마지막 구간의 6.2%p는 방향을 말할 만한 크기가 아닙니다. 표본도 1,341동으로 2010년대 3,861동의 3분의 1입니다.
이 표가 분명하게 말하는 것은 오래된 빌라일수록 전세가율이 낮다는 한 방향뿐입니다. 2020년 이후 건물을 따로 판단하려면 그 구간만 다시 세어 봐야 합니다.
보증금이 1억 6,500만원 이하면 5,500만원은 확실히 받는 건가요?
확실하지 않습니다. 시행령 제10조는 5,500만원까지 먼저 받을 수 있게 하면서 주택가액의 2분의 1을 한도로 걸어 두었습니다. 그 건물이 팔린 값의 절반이 5,500만원에 못 미치면 받는 금액도 그만큼 줄어듭니다.
전세가율 100%를 넘는 343동은 이 한도가 특히 아프게 걸리는 쪽입니다. 보증금보다 매매 단가가 낮은 건물이라, 팔아서 나온 돈의 절반은 보증금과 한참 떨어진 금액이 됩니다. 애초에 이 제도의 대상인 계약도 52,361건 중 23.3%뿐이었습니다.
빌라 계약 전에 같이 볼 글
- 다가구주택 전세, 내 앞에 몇 가구가 있나 (전세가율이 가장 높게 나온 강서구 화곡동을 건축물대장으로 다시 들여다본 글)
-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을 가르는 것은 평형 하나였다 (같은 방식으로 오피스텔 전세가율을 계산했더니 중앙값이 89.0%였습니다)
- 아파트 관리비를 제곱미터당으로 비교하면 틀리는 이유 (구 평균 대신 무엇을 분모로 잡느냐에 따라 순위가 뒤집히는 또 다른 사례)
출처
- 국토교통부 연립다세대 매매 실거래가 자료 (data.go.kr). 2025년 8월~2026년 7월 계약분, 2026-09-01 조회 https://www.data.go.kr/data/15126467/openapi.do
- 국토교통부 연립다세대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 (data.go.kr). 2025년 8월~2026년 7월 계약분, 2026-09-01 조회 https://www.data.go.kr/data/15126473/openapi.do
- 국가법령정보센터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10조·제11조. 2026. 7. 1. 시행 https://www.law.go.kr/법령/주택임대차보호법시행령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본문의 수치는 2025년 8월~2026년 7월 계약분 기준이며 이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