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전세를 보러 다니면 겉모습이 비슷한 3층에서 5층짜리 건물이 줄지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 어떤 집은 등기부에 내 집만 따로 나오고, 어떤 집은 건물 전체가 한 장으로 나옵니다. 계약서 앞에서 이 차이를 모르고 있으면 보증금을 지킬 방법이 달라집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등촌동·방화동의 건축물대장 표제부 18,539동을 국토교통부 건축HUB에서 전부 받아 세어 봤습니다. 화곡동은 빌라 전세가율을 계산했을 때 강서구가 서울에서 가장 높게 나온 그 동네입니다.
단독주택인데 열 가구가 산다
화곡동 건축물 13,064동의 주용도를 세니 공동주택이 5,917동(45.3%), 단독주택이 4,745동(36.3%)이었습니다. 단독주택이 3분의 1을 넘습니다. 그런데 화곡동에 단독주택 살림집이 그렇게 많을 리가 없습니다.
대장의 가구 수 항목을 열어 보니 답이 나왔습니다. 단독주택 4,745동 중 2,298동(48.4%)이 2가구 이상이었고, 이 건물들에 12,340가구가 들어 있었습니다. 기타용도 칸에는 “다가구용 단독주택(5가구)” 같은 문구가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다가구주택입니다.
건축법 시행령 별표1은 다가구주택을 단독주택으로, 다세대주택을 공동주택으로 나눕니다. 층수와 면적 기준이 비슷해서 밖에서 보면 구분이 안 됩니다. 차이는 소유 구조에 있습니다. 다세대주택은 호별로 등기가 나뉘고, 다가구주택은 건물 전체가 한 사람 것입니다.
등기가 하나면 무슨 일이 생기나
세입자 입장에서 이 차이는 이렇게 나타납니다.
| 구분 | 다세대주택 | 다가구주택 |
|---|---|---|
| 건축법상 분류 | 공동주택 | 단독주택 |
| 등기 | 호별로 따로 | 건물 전체가 하나 |
| 근저당 | 내 호실에 잡힌 것만 보면 됨 | 건물 전체에 잡힘 |
| 다른 세입자 보증금 | 관계없음 | 같은 순위 다툼에 들어옴 |
다가구주택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면 건물 하나를 팔아 그 안의 모든 세입자에게 나눠 줍니다. 확정일자 순서대로 받습니다. 내가 늦게 들어왔다면 앞선 가구들의 보증금이 다 나간 뒤에 남는 돈을 받습니다. 남지 않으면 못 받습니다.
그래서 몇 가구짜리 건물인지가 중요합니다. 화곡동 다가구 2,298동 중 5가구짜리가 865동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7가구가 262동, 10가구 이상이 90동이었습니다. 5가구짜리 건물에 마지막으로 들어간 세입자는 앞에 네 가구의 보증금이 있는 셈입니다.
동네마다 비중이 다르다
| 법정동 | 공동주택 | 다가구주택 | 다가구 비중 |
|---|---|---|---|
| 화곡동 | 5,917동 73,329세대 | 2,298동 12,340가구 | 14.4% |
| 방화동 | 916동 22,583세대 | 676동 3,137가구 | 12.2% |
| 등촌동 | 857동 26,116세대 | 281동 1,531가구 | 5.5% |
같은 강서구인데 화곡동이 14.4%, 등촌동이 5.5%로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등촌동은 아파트 단지가 많고 화곡동은 저층 주거지가 넓습니다. 화곡동 다가구의 사용승인 연도를 보면 1,928동(84%)이 1990년대였습니다. 30년 넘은 건물들입니다.
계약 전에 요구할 수 있는 것
다가구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다음 순서는 정해져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7은 2023년에 신설된 조항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임대인이 두 가지를 임차인에게 제시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 제3조의6 제3항에 따른 그 주택의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 및 보증금 정보. 임대인이 정보제공에 동의하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습니다.
- 국세징수법에 따른 납세증명서와 지방세징수법에 따른 납세증명서. 미납 국세·지방세 열람에 동의하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가 다가구에서 결정적입니다. 같은 건물의 다른 가구들이 언제 확정일자를 받았고 보증금이 얼마인지가 여기 나옵니다. 내 앞에 얼마가 있는지 계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임대인이 밀린 세금이 있으면 그것도 내 보증금보다 앞설 수 있어 두 번째 항목이 붙어 있습니다.
이 숫자의 한계
- 대장의 가구 수는 허가 기준입니다. 실제로 방을 더 쪼개 쓰는 경우가 있고, 그건 대장에 안 나옵니다.
- 가구 수가 26으로 적힌 건물도 있었습니다. 여러 동을 묶어 적었거나 기재 오류로 보입니다. 개별 건물은 대장 원본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 주용도가 근린생활시설인데 세대가 잡힌 건물은 화곡동에 27동(211세대) 있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근생빌라인데,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 강서구 세 개 동만 봤습니다. 다른 지역은 비중이 다를 것입니다.
조사를 시작할 때는 근생빌라를 세어 볼 생각이었습니다. 주택이 아닌 건물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보려던 것이었는데 27동밖에 없었습니다. 대신 눈에 들어온 것이 단독주택 4,745동이라는 줄이었습니다. 화곡동 건물의 3분의 1이 서류상 단독주택인데 그 절반이 여러 가구가 사는 집이었습니다.
저라면 빌라 계약 전에 딱 한 가지를 먼저 보겠습니다. 정부24나 세움터에서 건축물대장을 떼서 주용도 칸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공동주택이면 등기부만 보면 되고, 단독주택이면 그때부터 같은 건물의 다른 보증금을 확인하는 절차가 시작됩니다. 무료이고 몇 분이면 됩니다.
건물 수로 센 값이라 생기는 오해
화곡동 공동주택 5,917동에 다가구 2,298동을 더하면 8,215동인데, 나머지 4,849동은 뭔가요?
그렇게 더하면 안 됩니다. 다가구 2,298동은 단독주택 4,745동 안에 들어 있는 부분집합입니다. 별도 용도가 아니라 “단독주택으로 분류돼 있는데 가구 수가 2 이상인 건물”을 골라낸 것입니다.
화곡동 13,064동을 주용도로 가르면 공동주택 5,917동(45.3%), 단독주택 4,745동(36.3%)이고, 13,064 − 5,917 − 4,745 = 2,402동이 근린생활시설 같은 나머지 용도입니다. 동네별 표의 두 칸을 나란히 보면 두 항목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화곡동 다가구 비중이 14.4%면 일곱 집 중 한 집만 해당하는 건가요?
그 14.4%는 사는 집(가구·세대) 기준입니다. 12,340 ÷ (73,329 + 12,340)으로 나온 값입니다. 다가구 한 동에 여러 가구가 들어 있어도, 아파트 한 동에는 더 많은 세대가 들어 있어서 이렇게 나옵니다.
건물을 세면 숫자가 달라집니다. 2,298 ÷ (5,917 + 2,298) = 28.0%입니다. 주택용 건물 네 동 중 한 동 이상이 다가구입니다. 발품을 팔며 만나게 되는 것은 세대가 아니라 건물이라, 집을 보러 다닐 때 체감하는 비율은 14.4%보다 28.0%에 가깝습니다.
5가구짜리 건물에 첫 번째로 들어가면 앞에 아무도 없으니 안전한가요?
세입자들 사이에서만 첫 번째입니다. 위 표에 있듯 다가구는 근저당이 건물 전체에 잡힙니다. 먼저 설정된 근저당이 있으면 그것이 모든 세입자보다 앞섭니다. 가구 순서는 그 뒤에서 매겨집니다.
그리고 순서를 정하는 것은 입주일이 아니라 확정일자입니다. 내가 몇 번째인지는 건물의 가구 수로 알 수 없고,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6 제3항에 따른 확정일자 부여일·보증금 정보를 받아야 계산됩니다. 제3조의7이 임대인에게 이 자료를 제시하도록 정한 이유가 그것입니다.
등촌동은 다가구 비중이 5.5%니까 그쪽에서 찾으면 되나요?
동네 비중은 다가구를 만날 확률이지 계약하려는 그 건물의 위험이 아닙니다. 등촌동에도 281동 1,531가구가 있고, 그중 한 곳을 계약하면 화곡동의 다가구와 구조가 똑같습니다.
비중이 낮은 동네에서는 오히려 방심하기 쉽습니다. 확인 절차는 동네와 무관하게 같습니다. 건축물대장 주용도 칸이 단독주택이면, 그때부터 같은 건물의 다른 보증금을 확인하는 단계가 시작됩니다.
임차인이 알아둘 다른 숫자들
- 공매 낙찰가는 감정가의 31.7%였다 (건물이 실제로 넘어갔을 때 배당 재원이 얼마가 되는지를 낙찰가로 계산한 글)
- 빌라 전세 갱신 5% 상한은 실제로 지켜지고 있을까 (같은 연립·다세대 전월세 자료로 갱신 조건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센 글)
- 전월세전환율이 4.85%인데 왜 전세가 더 쌀까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로 돌렸을 때의 비용을 숫자로 비교한 글)
출처
- 국토교통부 건축HUB 건축물대장 표제부 조회 서비스 (data.go.kr). 서울 강서구 화곡동·등촌동·방화동 18,539동, 2026-09-01 조회 https://www.data.go.kr/data/15134735/openapi.do
- 국가법령정보센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6·제3조의7. 2026. 1. 2. 시행 https://www.law.go.kr/법령/주택임대차보호법
- 국가법령정보센터 건축법 시행령 별표1 제1호·제2호 (용도별 건축물의 종류). 2026. 7. 28. 시행 https://www.law.go.kr/법령/건축법시행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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