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층별 가격에서 1층만 유독 싸다

아파트 층별 가격차를 나타낸 막대 차트. 같은 단지 같은 평형 기준으로 1층이 7.23% 낮고 20층 이상이 2.05% 높다

집을 보러 다니면 중개사에게서 이런 말을 듣습니다. “여긴 로열층이라 좀 비싸요.” 반대로 1층 매물 앞에서는 “대신 가격이 착하죠”라는 말이 붙습니다.

얼마나 착한 걸까요. 그리고 로열층은 얼마나 비싼 걸까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받아 아파트 층별 가격을 직접 계산해봤습니다.

결과부터 말하면 통념과 좀 다릅니다. 로열층이 비싼 게 아니었습니다. 1층이 싼 것에 가까웠습니다.

층만 다르고 나머지는 같아야 한다

층별 가격을 비교하려면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1층 평균과 15층 평균을 그냥 비교하면 층이 아니라 지역과 평형과 단지의 차이를 재게 됩니다. 강남 15층과 노원 1층을 비교해봐야 아무것도 안 나옵니다.

그래서 같은 단지, 같은 전용면적끼리만 비교했습니다. 예를 들어 송파구 리센츠 전용 84.99㎡ 거래 106건을 한 묶음으로 놓고, 그 묶음 안에서 층에 따라 얼마나 갈리는지만 봅니다. 단지가 같으니 입지가 같고, 전용면적이 같으니 타입도 대체로 같습니다. 남는 변수가 층입니다.

  • 서울 6개 구(노원·송파·강남·강서·성북·마포)의 2025년 8월~2026년 7월 아파트 매매 실거래 28,088건을 받았습니다.
  • 계약이 해제된 거래(cdealType이 O) 979건을 뺐습니다. 전체의 3.5%입니다.
  • 같은 단지·같은 전용면적 거래가 8건 이상이고, 서로 다른 층이 4개 이상이며, 최고층과 최저층 차이가 5층 이상인 묶음만 남겼습니다.
  • 조건을 통과한 묶음이 1,004개, 거래가 17,867건입니다.

한 가지 더 걷어내야 할 게 있었습니다. 12개월 동안 시장이 움직였다는 점입니다. 강남구 중앙 단가는 2025년 8월 2,882만원에서 2026년 7월 3,890만원으로 35% 올랐습니다. 보정하지 않으면 “최근에 팔린 층”이 그냥 비싸게 나옵니다. 그래서 각 거래를 그 구, 그 달의 중앙 단가로 나눠 시장 흐름을 먼저 지웠습니다.

1층에서만 뚝 떨어진다

각 묶음의 중앙값을 0%로 놓고 층 구간별로 평균을 냈습니다.

층거래 수상대 가격
1층996건−7.23%
2층1,026건−3.51%
3층1,127건−1.63%
4~5층2,254건−0.78%
6~9층4,405건+0.50%
10~14층5,058건+1.11%
15~19층2,042건+0.76%
20층 이상959건+2.05%

1층에서 2층으로 한 칸 올라갈 때 3.72%p가 붙습니다. 2층에서 3층은 1.88%p. 3층에서 4~5층은 0.85%p. 그리고 6층부터는 사실상 평평합니다. 6~9층과 20층 이상의 차이가 1.55%p밖에 안 됩니다. 1층과 2층 한 칸 차이보다도 작습니다.

“로열층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폭은 이 정도입니다. 중간층에서 최고층까지 올라가 봐야 2%p 남짓입니다. 반면 아래로 내려갈 때는 1~3층 구간에서만 7%p가 넘게 빠집니다.

금액으로 바꾸면 얼마인가

%는 감이 잘 안 옵니다. 구별로 1층과 8~14층의 차이를 그 구의 중앙 거래가에 곱해봤습니다.

구1층8~14층차이중앙 거래가금액 환산
강서구−9.30%+0.60%9.90%p9억 800만원약 8,989만원
노원구−7.65%+0.80%8.45%p5억 9,600만원약 5,038만원
강남구−5.67%+2.75%8.42%p20억 7,000만원약 1억 7,438만원
성북구−7.46%+0.07%7.53%p9억 1,850만원약 6,918만원
송파구−4.66%+1.43%6.10%p20억 500만원약 1억 2,221만원
마포구−2.64%+3.14%5.78%p14억 7,000만원약 8,500만원
서울 자치구별로 아파트 1층과 8~14층의 상대 가격 차이를 그린 가로 막대그래프. 강서구가 9.90%p로 가장 크고 마포구가 5.78%p로 가장 작다.
1층 할인폭은 구에 따라 5.78~9.90%p 벌어진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인데 층 하나로 5,000만원에서 1억 7,000만원이 갈립니다. 비율은 강서구가 가장 크고 금액은 강남구가 가장 큽니다. 비싼 동네일수록 같은 %가 더 큰 돈이 되니까요.

다만 마포구 1층은 61건, 강남구 1층은 31건뿐입니다. 표본이 적어 이 두 줄은 다른 줄만큼 단단하지 않습니다.

우연이 아닌지 두 번 확인했다

기간을 절반으로 줄여 최근 6개월(2026년 2월~7월) 거래 7,347건으로만 다시 계산했습니다.

층12개월최근 6개월
1층−7.23%−7.69%
2~3층−2.52%−2.79%
4~7층−0.27%−0.16%
8~14층+1.00%+0.75%

거의 같습니다. 준공연도대로 갈라도 1층 디스카운트는 1989년 이전 −5.97%, 1990년대 −8.48%, 2000년대 −6.44%, 2010년 이후 −7.18%로 전부 6~8%대입니다. 신축이라고 1층이 덜 깎이지는 않았습니다.

이 숫자가 답하지 못하는 것

  • 동과 향, 조망은 통제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이어도 앞동과 뒷동, 남향과 북향이 다릅니다. 실거래가 자료에는 향이 없고 동은 비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1층 특화 설계가 섞여 있습니다. 전용 정원이나 필로티가 딸린 1층은 오히려 비싸게 팔리기도 하는데, 자료에서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런 물건이 섞여 있어도 평균이 −7.23%라는 뜻입니다.
  • 서울 6개 구, 12개월입니다. 다른 지역이나 다른 시기에 같은 폭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 거래된 물건만 봅니다. 1층이 안 팔리고 오래 남아 있는 상황은 이 계산에 안 잡힙니다.
  • 층수 자체는 알 수 없습니다. 실거래가에는 그 물건의 층만 있고 건물이 몇 층짜리인지는 없습니다. 15층 건물의 15층과 30층 건물의 15층이 같이 묶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보면 되나

표에서 제 눈에 가장 걸린 줄은 6~9층(+0.50%)과 15~19층(+0.76%)입니다. 차이가 0.26%p입니다. 10억짜리 집이면 260만원이죠. 중개 현장에서 “고층이라 얼마 더”라는 말이 붙는 폭치고는 작습니다. 저라면 8층과 18층 사이에서 몇천만원을 더 낼지 고민하는 대신, 그 돈으로 향이나 동을 바꿀 수 있는지를 먼저 보겠습니다. 이 계산이 통제하지 못한 변수가 정작 거기 있으니까요.

반대로 1층을 살 생각이라면 −7%는 기준선이 됩니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의 중간층 시세보다 7% 이상 싸지 않다면 왜 그런지 물어볼 근거가 생깁니다.

가격지수는 지역 전체의 평균 움직임만 알려줍니다. 내가 사려는 그 집이 같은 단지 안에서 어느 위치인지는 개별 거래를 봐야 알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단지명과 전용면적으로 검색하면 층까지 함께 나옵니다. 무료입니다.

평균값을 개별 매물에 대볼 때

−7.23%면 1층을 시세보다 7% 싸게 산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이 표의 0%는 같은 단지·같은 전용면적 거래의 중앙값입니다. 시세표나 호가가 아니라 그 묶음에서 실제로 거래된 값들의 한가운데입니다. 그러니 −7.23%는 “그 단지 그 평형의 가운데 가격보다 평균 7.23% 낮게 거래됐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건 평균입니다. 전용 정원이나 필로티가 딸린 1층 특화 설계는 오히려 비싸게 팔리는데 실거래가 자료에서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런 물건이 섞인 채로 나온 값이 −7.23%라는 뜻이라, 개별 물건은 이보다 훨씬 덜 깎이거나 더 깎일 수 있습니다.

강남구가 1억 7,438만원으로 가장 큰데, 강남 1층이 가장 많이 깎이나요?

비율과 금액을 바꿔 읽으면 안 됩니다. 비율로는 강서구가 9.90%p로 1위이고 강남구는 8.42%p로 세 번째입니다. 금액이 가장 큰 이유는 강남구 중앙 거래가가 20억 7,000만원이라 같은 %가 더 큰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마포구는 비율이 5.78%p로 가장 작은데 금액은 약 8,500만원으로 강서구(약 8,989만원)와 거의 같습니다. “어디가 1층 할인이 큰가”를 물을 때는 비율을, “내 예산에서 얼마가 갈리나”를 물을 때는 금액을 봅니다.

15~19층(+0.76%)이 10~14층(+1.11%)보다 낮은데, 너무 높은 층은 손해인가요?

그렇게 읽으면 안 됩니다. 두 구간 차이는 0.35%p로, 1층에서 2층으로 한 칸 오를 때 붙는 3.72%p의 10분의 1도 안 됩니다. 이 정도 차이를 “15~19층이 10~14층보다 싸다”는 순서로 읽으면 없는 규칙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6층 위로는 사실상 평평하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6~9층과 20층 이상의 차이가 1.55%p뿐이고, 그것도 1층과 2층 한 칸 차이보다 작습니다.

현장에서는 로열층이 훨씬 비싸다고 하는데 왜 2%밖에 안 되나요?

이 계산은 시장이 오른 몫을 먼저 지웠기 때문입니다. 12개월 동안 강남구 중앙 단가가 2,882만원에서 3,890만원으로 35% 올랐습니다. 보정하지 않으면 최근에 팔린 물건이 그냥 비싸게 나오고, 그게 층 프리미엄으로 둔갑합니다. 그래서 각 거래를 그 구·그 달의 중앙 단가로 나눈 뒤에 층만 비교했습니다.

또 하나, 이 자료에는 향·조망·동이 없습니다. 현장에서 “로열층”이라고 부르는 매물은 대개 층만 높은 게 아니라 향과 조망이 같이 좋습니다. 그 몫이 여기서는 층으로 잡히지 않습니다.

집값 숫자를 더 쪼개 보려면

출처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본문의 수치는 2025년 8월~2026년 7월 계약분 기준이며, 실거래가는 신고 후 정정·해제될 수 있습니다. 특정 단지나 지역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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