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공시가 뜨면 주가가 오르는 일이 많습니다.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들이니 주주에게 좋은 소식으로 읽힙니다. 그런데 사는 것과 없애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사놓기만 한 자기주식은 언젠가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습니다.
자사주 소각을 두고 2026년 3월 6일 상법이 바뀌었습니다. 조문을 직접 열어봤습니다.
자사주 소각이 의무가 됐다
상법에 제341조의4가 새로 생겼습니다. 제목은 자기주식의 소각의무 등이고, 제1항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상법 제341조의4 화면 캡처. 상법 [시행 2026. 9. 10.] [법률 제21044호, 2025. 9. 9., 일부개정] 판이며 조문은 다음과 같다. 제341조의4(자기주식의 소각의무 등) ①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때에는 그 취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회사가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작성하여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은 때에는 그 승인된 계획에 따라 자기주식을 보유 또는 처분할 수 있다. 1. 회사가 각 주주에게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비례하여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하는 경우 2. 회사가 제340조의2 또는 제542조의3에 따라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등 임직원 보상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3. 회사가 「근로복지기본법」에 따라 우리사주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등 우리사주제도 실시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4. 회사가 제360조의2제2항, 제360조의15제2항, 제523조제3호 등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활용하는…](https://investbestlog.com/wp-content/uploads/2026/09/law2-74.png)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때에는 그 취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하여야 한다.
문장이 짧고 단정적입니다. 전에는 이런 기한이 없었습니다. 사서 계속 들고 있어도 됐고, 몇 년 뒤에 팔아도 됐습니다. 이제는 사면 없애야 합니다.
빠져나갈 문은 다섯 개
제2항이 예외를 둡니다.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만들어 주주총회 승인을 받으면 계속 보유하거나 처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유가 다섯 가지로 한정됩니다.
| 호 | 사유 |
|---|---|
| 1호 | 모든 주주에게 지분 수에 비례해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하는 경우 |
| 2호 |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 임직원 보상 목적 |
| 3호 | 우리사주매수선택권 부여 등 우리사주제도 실시 목적 |
| 4호 | 주식교환, 분할, 합병 등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활용 |
| 5호 |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정관에 그 사유를 적어야 한다 |
이 계획은 매년 주주총회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합니다. 계획서에는 보유 목적, 예정된 보유 기간과 처분 시기, 발행주식총수 대비 자기주식 비율의 변화까지 적고 이사 전원이 기명날인하거나 서명해야 합니다. 한 번 통과시키고 잊는 구조가 아닙니다.
소각과 처분은 무엇이 다른가
숫자로 보면 분명해집니다. 발행주식 1억주 중 자기주식이 10%이고 대주주가 30%를 가진 회사를 가정하겠습니다. 순이익은 900억원입니다.
자기주식에는 의결권이 없습니다. 제341조의3 제1항이 의결권, 신주인수권, 배당을 받을 권리를 모두 막아둡니다. 그래서 지금 의결권 있는 주식은 9,000만주이고, 대주주는 3,000만주로 33.33%를 행사합니다.
| 구분 | 발행주식 | 자기주식 | 의결권 있는 주식 | 대주주 의결권 | 주당순이익 |
|---|---|---|---|---|---|
| 지금 | 1억주 | 1,000만주 | 9,000만주 | 33.33% | 1,000원 |
| 소각한 경우 | 9,000만주 | 0주 | 9,000만주 | 33.33% | 1,000원 |
| 제3자에 처분한 경우 | 1억주 | 0주 | 1억주 | 40.00% | 900원 |
소각하면 발행주식이 9,000만주로 줄어듭니다. 대주주 의결권은 33.33% 그대로입니다. 주당순이익도 1,000원에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겉보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차이는 처분했을 때 드러납니다. 자기주식 1,000만주를 우호적인 제3자에게 넘기면 의결권 있는 주식이 1억주로 늘고 대주주 진영은 4,000만주가 됩니다. 40.00%입니다. 6.67%포인트가 돈 한 푼 안 들이고 생깁니다. 같은 거래가 주당순이익은 1,000원에서 900원으로 10% 떨어뜨립니다.
자사주 소각은 이 문을 닫습니다. 없어진 주식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미 들고 있는 자사주는
새 규정은 법이 바뀌기 전부터 보유하던 자기주식에도 적용됩니다. 부칙 제2조가 기한을 따로 정했습니다.
- 직접 취득해 보유 중인 자기주식: 시행일에서 6개월이 지난 2026년 9월 6일부터 1년, 즉 2027년 9월 6일까지 소각
- 신탁계약으로 취득한 자기주식: 회사가 수탁자에게서 돌려받은 날부터 1년
- 소각하면 방송법이나 신문법, 자본시장법의 지분 제한을 어기게 되는 회사: 시행일부터 3년 이내에 처분
자사주 소각 시계는 2026년 9월 6일부터 돕니다.
같이 손본 조문들
제341조의3도 전문 개정됐습니다. 자기주식으로 교환하거나 상환할 수 있는 사채를 발행할 수 없게 됐습니다. 사채에 자사주를 얹어 우회로 넘기는 길을 미리 막은 것입니다.
제343조에는 단서가 붙었습니다.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은 취득 사유와 관계없이 이사회 결의로 소각할 수 있습니다. 의무를 지우면서 절차는 가볍게 만든 셈입니다.
이 계산에서 조심할 것
- 위 숫자는 가정한 회사의 계산입니다. 실제 회사마다 자기주식 비율과 대주주 지분이 다릅니다
- 주당순이익은 회계기준상 가중평균 주식수로 계산합니다. 여기서는 구조를 보여주려고 기말 주식수로 단순화했습니다
- 예외 사유에 해당하면 소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떤 회사가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공시를 봐야 압니다
- 자기주식 취득 자체에도 한도가 있습니다. 제341조 제1항은 취득가액 총액을 배당가능이익 범위로 묶어둡니다
무엇을 보면 되나
저는 앞으로 자사주 매입 공시를 볼 때 소각 계획이 붙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매입은 주가를 떠받치지만 되돌릴 수 있고, 소각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법이 바뀌기 전에는 그 선택이 회사 마음이었습니다. 이제는 소각하지 않으려면 이유를 주주총회에서 설명해야 합니다. 어떤 회사가 어떤 사유로 예외를 신청하는지가 그 회사를 읽는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확인할 순서는 이렇습니다.
- 관심 종목의 발행주식 대비 자기주식 비율을 본다
- 매입 공시라면 소각 계획이 함께 나왔는지 본다
-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주주총회에 올렸는지, 다섯 가지 중 어느 사유인지 본다
- 2027년 9월 6일이 지나도 자기주식이 남아 있다면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한다
조문을 읽을 때 놓치기 쉬운 네 대목
소각해도 대주주 의결권이 33.33% 그대로면 주주에게 무슨 이득인가요?
표의 첫 줄과 둘째 줄이 똑같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소각은 지금 상태를 더 좋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지금 상태를 되돌릴 수 없게 굳히는 일입니다.
이득은 셋째 줄과 비교할 때 나옵니다. 그 1,000만주를 제3자에게 넘기면 대주주 의결권이 40.00%가 되고 주당순이익은 900원으로 떨어집니다. 소각은 그 셋째 줄이 일어나지 않게 막는 것입니다. 사놓기만 한 자기주식은 언젠가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지만, 없어진 주식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자기주식이 10%인데 소각하면 주당순이익도 10% 오르는 것 아닌가요?
오르지 않습니다. 표에서 소각 전후가 모두 1,000원입니다. 자기주식은 애초에 주당순이익 계산에 들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법 제341조의3 제1항이 자기주식의 의결권·신주인수권·배당받을 권리를 모두 막아둡니다. 그래서 순이익 900억원을 나누는 기준이 발행주식 1억주가 아니라 의결권 있는 9,000만주이고, 900억 ÷ 9,000만 = 1,000원입니다. 소각해서 발행주식이 9,000만주가 되어도 나누는 수는 그대로입니다.
반대로 제3자에게 처분하면 그 1,000만주가 살아나 나누는 수가 1억주가 되고, 900억 ÷ 1억 = 900원으로 10% 떨어집니다. 주당순이익이 움직이는 쪽은 소각이 아니라 처분입니다.
대주주가 산 것도 아닌데 처분하면 왜 대주주 지분이 40%가 되나요?
표의 셋째 줄은 우호적인 제3자에게 넘긴 경우입니다. 표결에서 같은 편에 서는 쪽으로 가면 대주주 진영의 의결권이 그만큼 늘어납니다.
숫자로는 이렇습니다. 지금은 3,000만주 ÷ 9,000만주 = 33.33%입니다. 처분 후에는 그 1,000만주가 우호 지분에 더해져 4,000만주가 되고, 의결권 있는 주식도 1억주로 늘어 4,000만 ÷ 1억 = 40.00%가 됩니다. 6.67%포인트가 회사 돈으로 산 주식을 옮기는 것만으로 생깁니다. 대주주가 자기 돈을 쓴 부분은 없습니다.
2027년 9월 6일이 지나면 자기주식이 다 없어지나요?
아닙니다. 그 날짜는 직접 취득해 보유 중인 자기주식에 붙는 기한입니다. 신탁계약으로 취득한 것은 회사가 수탁자에게서 돌려받은 날부터 1년이라 시계가 따로 돕니다. 방송법·신문법·자본시장법의 지분 제한 때문에 소각할 수 없는 회사는 시행일부터 3년 이내 처분입니다.
그리고 제341조의4 제2항의 예외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만들어 주주총회 승인을 받으면 계속 들고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승인은 매년 다시 받아야 하고, 보유 목적과 예정 기간, 발행주식총수 대비 비율 변화까지 적어 이사 전원이 서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자기주식이 남아 있다면 “왜 남았는지”가 공시에 적혀 있게 됩니다.
주주환원을 계속 따라가려면
-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왜 다를까: 삼성전자의 사라진 18조 (주당순이익의 분자가 되는 순이익은 어디서 나오나)
- 6년 내내 배당을 늘린 종목은 18개였다 (소각 말고 배당으로 주주에게 돌려준 회사들)
- 배당수익률 8% 넘는 77종목, 대형주는 3개 (주주환원 숫자를 비율만 보고 고르면 생기는 일)
출처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상법 제341조·제341조의3·제341조의4·제343조 및 부칙 제2조 (제341조의4는 법률 제21448호, 2026. 3. 6. 공포·시행으로 신설. 2026년 9월 22일 확인 시점의 현행판은 법률 제21044호, 시행 2026. 9. 10.) https://law.go.kr/법령/상법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본문의 조문은 법률 제21448호(2026년 3월 6일 공포·시행)로 신설된 것이며, 2026년 9월 22일 확인 시점의 현행판(법률 제21044호, 시행 2026년 9월 10일)에도 같은 내용으로 실려 있습니다. 이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