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 만기가 다가오면 집주인이 보증금을 얼마나 올릴 수 있는지가 궁금해집니다. 법에는 5% 상한이 있다고 들었는데, 주변에서는 그보다 많이 올려줬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둘 다 맞습니다. 상한이 걸리는 계약과 걸리지 않는 계약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는 갱신계약마다 직전 보증금과 갱신요구권 사용 여부가 함께 기록됩니다. 같은 계산을 서울 연립·다세대 18,716건으로 먼저 해봤고, 이번에는 아파트 차례입니다. 표본이 59,560건으로 세 배 넘게 큽니다.
무엇을 셌나
2025년 9월부터 2026년 8월까지 서울 25개 자치구의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 243,789건을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조건을 만족하는 것만 남겼습니다.
- 계약 구분이 갱신인 건
- 직전 계약과 이번 계약이 둘 다 순수 전세인 건 (월세가 끼면 보증금만 비교할 수 없습니다)
- 직전 보증금이 5,000만원 이상인 건
남은 표본이 59,560건입니다.
갱신요구권을 쓴 쪽
| 인상률 구간 | 건수 | 비중 |
|---|---|---|
| 감액 | 194 | 0.6% |
| 동결 | 3,231 | 9.9% |
| 5% 미만 인상 | 11,792 | 36.3% |
| 정확히 5% | 17,260 | 53.1% |
| 5% 초과 | 0 | 0.0% |
32,477건 중 상한을 넘은 계약이 한 건도 없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 제2항은 증액청구를 20분의 1, 즉 5% 이내로 제한합니다. 갱신요구권을 행사한 계약에는 이 조항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데이터가 법조문과 어긋나지 않습니다.
절반이 넘는 53.1%가 정확히 5%에 몰려 있다는 점이 더 눈에 띕니다. 상한선이 한도가 아니라 기준선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안 쓴 쪽
| 인상률 구간 | 건수 | 비중 |
|---|---|---|
| 감액 | 570 | 2.1% |
| 동결 | 3,181 | 11.7% |
| 5% 미만 인상 | 4,846 | 17.9% |
| 정확히 5% | 7,825 | 28.9% |
| 5% 초과 | 10,661 | 39.4% |
39.4%가 5%를 넘겼습니다. 0%와 39.4%, 같은 기간 같은 지역의 같은 아파트 전세 갱신인데 이렇게 갈립니다.
갱신요구권을 쓰지 않은 갱신은 법적으로 새 계약에 가깝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조건을 다시 협의한 것이므로 5% 상한이 걸리지 않습니다.
반올림 때문에 틀릴 뻔한 것
처음 계산했을 때는 갱신요구권을 쓴 계약 중 45건이 5%를 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열어보니 전부 5.001% 같은 값이었습니다.
실거래가 보증금은 만원 단위로 기록됩니다. 직전 보증금 49,350만원의 5%는 2,467.5만원이라 딱 떨어지지 않고, 계약서에는 51,818만원으로 적힙니다. 이 값을 그대로 나누면 5.001%가 됩니다.
단순히 5% 초과로 자르면 이런 건이 전부 위반으로 분류됩니다. 5% 인상액을 만원 단위로 반올림한 금액을 기준으로 다시 세자 45건은 0건이 됐습니다. 위 표의 0은 그렇게 나온 숫자입니다.
자치구마다 다릅니다
갱신요구권을 쓴 계약 안에서도 “정확히 5%”에 몰리는 정도가 지역마다 갈립니다.
| 자치구 | 정확히 5% | 비중 |
|---|---|---|
| 서초구 | 1,161 / 1,877 | 61.9% |
| 강남구 | 2,184 / 3,545 | 61.6% |
| 강동구 | 1,266 / 2,098 | 60.3% |
| 구로구 | 375 / 860 | 43.6% |
| 종로구 | 97 / 232 | 41.8% |
| 금천구 | 120 / 295 | 40.7% |

서초·강남·강동은 60%를 넘고 구로·종로·금천은 40%대입니다. 상한까지 올리는 비율이 전세가가 높은 지역에서 더 높습니다.
제가 표에서 가장 의외였던 줄
갱신요구권을 쓰지 않은 계약의 “정확히 5%” 28.9%입니다.
이 계약들은 법적으로 5%에 묶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7,825건이 정확히 5%에 맞춰져 있습니다. 39.4%가 상한을 넘겼다는 사실보다 이쪽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봅니다. 법이 강제하지 않는 자리에서도 5%가 협상의 기준선으로 쓰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라면 “갱신요구권을 쓰면 5% 안에서 끝난다”보다 “쓰지 않으면 5%가 출발선이 된다”를 먼저 계산해 보겠습니다. 감액과 동결을 합치면 미사용 쪽도 13.8%입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협상의 여지는 양쪽으로 다 열려 있습니다.
이 숫자로 알 수 없는 것
- 갱신요구권을 쓰지 않은 것이 자발적 선택인지, 쓸 수 없었던 것인지는 실거래가에 기록되지 않습니다. 갱신요구권은 한 번만 쓸 수 있고, 이미 쓴 세입자는 다음 갱신에서 선택지가 없습니다.
- 서울 아파트만 집계했습니다. 연립·다세대나 다른 지역은 분포가 다를 수 있습니다.
- 보증금 5,000만원 미만과 월세가 낀 계약은 제외했습니다.
- 계약 이후 합의로 조건이 바뀐 경우는 실거래가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만기가 다가온다면 확인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갱신요구권을 이미 썼는지, 그리고 지금 계약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하는 갱신인지 새로 쓰는 계약인지. 이 둘에 따라 위 두 표 중 어느 쪽에 서게 되는지가 정해집니다.
0건이라는 말의 범위를 좁혀 둡니다
서초구가 1,161 / 1,877 이면 나머지 716건은 5%를 넘긴 건가요?
아닙니다. 자치구 표는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계약만 집계한 것이고, 그 집단에서 5% 초과는 32,477건 중 0건입니다. 서초구의 나머지 716건은 전부 감액이거나 동결이거나 5% 미만 인상입니다.
자치구 표의 비중은 “위반율”이 아니라 상한까지 꽉 채워 올린 계약의 비중입니다. 금천구 40.7%는 위반이 적다는 뜻이 아니라, 5%보다 덜 올린 계약이 서초구보다 많았다는 뜻입니다.
갱신요구권을 쓰면 5%까지는 올려줘야 하는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첫 표에서 정확히 5%가 53.1%인 것만 보면 그렇게 읽히는데, 나머지 줄을 더해 보면 반대쪽이 보입니다. 감액 0.6% + 동결 9.9% + 5% 미만 36.3% = 46.8%입니다. 갱신요구권을 쓴 계약의 절반 가까이가 5%까지 가지 않았습니다.
건수로는 194 + 3,231 + 11,792 = 15,217건입니다. 5%는 임대인이 청구할 수 있는 한도이지 자동으로 적용되는 인상률이 아닙니다.
39.4%가 5%를 넘겼다니, 서울 전세 갱신의 40%가 상한을 넘긴 건가요?
아닙니다. 39.4%는 갱신요구권을 쓰지 않은 27,083건 안에서의 비중입니다. 전체 갱신계약을 분모로 놓으면 10,661 ÷ 59,560 = 17.9%입니다.
그리고 이 17.9%는 위반 건수가 아닙니다.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갱신은 법적으로 새 계약에 가까워 5% 상한이 걸리지 않습니다. 같은 “5% 초과”라도 어느 표에 있느냐에 따라 뜻이 전혀 다릅니다.
5% 미만 인상이 사용 36.3%, 미사용 17.9%로 두 배 차이입니다. 갱신요구권을 쓰면 덜 올려주나요?
두 표의 같은 칸을 바로 비교하면 안 됩니다. 사용 쪽은 5% 위로 갈 수 있는 칸 자체가 막혀 있어 그 아래 구간에 계약이 몰립니다. 미사용 쪽은 10,661건이 5% 위로 빠져나가므로 아래 칸의 비중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감액과 동결을 합치면 오히려 사용 쪽이 10.5%(0.6% + 9.9%), 미사용 쪽이 13.8%(2.1% + 11.7%)로 미사용 쪽이 높습니다. 올릴 이유가 없는 자리에서는 권리를 쓰지 않아도 조건이 지켜진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어느 표에 서게 되는지가 먼저 정해지고, 그다음에 분포가 갈립니다.
계약서를 쓰기 전에 볼 글
- 전월세전환율이 4.85%인데 왜 전세가 더 쌀까 (같은 서울 아파트 전월세 243,789건으로 보증금과 월세를 맞바꿔 계산한 글)
- 전세가율 80%를 넘는 서울 빌라는 어디에 몰려 있을까 (올려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건물인지를 실거래로 확인하는 방법)
- 전월세 전환율은 17개 시도가 모두 법정 상한을 넘겼다 (법정 상한이 실제로 지켜지는지를 같은 방식으로 세어 본 사례)
출처
- 국토교통부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가 (data.go.kr 공공데이터포털). 2026-09-15 조회, 2025년 9월~2026년 8월 계약분 https://www.data.go.kr/data/15126474/openapi.do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 2026-09-15 조회 https://www.law.go.kr/법령/주택임대차보호법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계약갱신 요구 등). 2026-09-15 조회 https://www.law.go.kr/법령/주택임대차보호법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본문의 수치는 2025년 9월~2026년 8월 계약분 기준이며 이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개별 계약의 해석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