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수선충당금은 2년 살면 얼마나 돌려받을까

서울 강남·송파·노원 301개 아파트 단지의 전용 제곱미터당 장기수선충당금 월 부과액과 세대당 적립 잔액을 그린 산점도. 두 값의 순위상관은 0.088로 사실상 관계가 없고, 네 사분면에 78곳·73곳·73곳·77곳이 고르게 흩어져 있다.

전세로 살던 아파트에서 이사 나가는 날, 관리사무소에서 종이 한 장을 받습니다. 그동안 낸 장기수선충당금이 얼마인지 적힌 확인서입니다. 이 돈은 집주인에게 청구해서 돌려받습니다. 그런데 그 액수가 적정한지, 우리 단지가 많이 걷는 편인지는 확인서만 봐서는 알 수 없습니다.

서울 강남구·송파구·노원구의 300세대 이상 아파트 336개 단지가 2026년 4월에 부과한 장기수선충당금을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 원자료로 받아 계산했습니다.

이 돈은 원래 누구 돈인가

공동주택관리법 제30조 제1항은 관리주체가 장기수선충당금을 해당 주택의 소유자로부터 징수해 적립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배관 교체나 승강기 교체처럼 몇 년에 한 번 큰돈이 드는 공사를 위해 미리 쌓아 두는 돈입니다. 소유자 몫입니다.

그런데 고지서는 실제로 사는 사람에게 갑니다. 그래서 같은 법 시행령 제31조 제8항이 이렇게 정합니다. “공동주택의 소유자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자가 대신하여 납부한 경우에는 그 금액을 반환하여야 한다.” 세입자가 청구하면 집주인이 돌려줘야 합니다. 같은 조 제9항은 관리주체가 납부 확인서를 지체 없이 발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2년이면 대략 얼마인가

336개 단지 중 35곳은 2026년 4월 부과액이 0원이었습니다. 대부분 LH·SH의 공공임대로, 소유자가 임대사업자라 특별수선충당금으로 따로 쌓습니다. 이 35곳을 빼고 실제로 적립 중인 301개 단지로 계산했습니다.

단지 총 부과액을 주거전용면적 합계로 나눈 값이 중앙값 전용 ㎡당 322원이었습니다. 전용 84㎡ 세대로 환산하면 월 27,037원입니다. 2년을 살면 648,884원이 됩니다.

단지 순위전용 84㎡ 월 부과액2년(24개월) 누적
하위 10%10,000원239,983원
하위 25%17,309원415,411원
중앙값27,037원648,884원
상위 25%36,374원872,967원
상위 10%46,182원1,108,363원
서울 강남·송파·노원 301개 단지, 2026년 4월 부과액 기준. 단지 총액을 주거전용면적으로 나눠 환산한 값입니다.
서울 301개 아파트 단지의 장기수선충당금을 전용 84㎡ 기준 24개월 누적액으로 환산해 분위별로 그린 가로 막대그래프. 하위 10%는 239,983원, 중앙값은 648,884원, 상위 10%는 1,108,363원이다.
2년 살면 얼마 돌려받나: 단지에 따라 4.6배

같은 84㎡인데 2년 치가 24만원인 단지가 있고 111만원인 단지가 있습니다. 네 배 넘게 벌어집니다. 요율을 법이 정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행령 제31조 제1항은 요율을 관리규약으로 정한다고만 합니다. 단지가 스스로 정합니다.

적게 걷는 단지가 부실한 단지일까

여기서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월 부과액이 적은 단지는 나중에 공사비를 한꺼번에 걷게 될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부과액과 적립 잔액을 같이 놓고 봤습니다. 두 값의 순위상관은 0.088이었습니다. 사실상 관계가 없습니다.

두 축의 중앙값으로 사분면을 갈랐더니 78곳, 73곳, 73곳, 77곳으로 거의 똑같이 나뉘었습니다. 월 부과액만 보고는 그 단지에 돈이 쌓여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가장 적게 걷는 곳들을 열어 보니 이유가 보였습니다. 송파구 삼환가락(1984년 준공)은 전용 ㎡당 2원, 세대당 184원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단지는 2025년 11월까지 월 948만원을 걷다가 2026년 2월부터 12만원으로 줄였습니다. 80분의 1입니다. 적립 잔액이 이미 13억원이었습니다.

잠실5단지(1978년 준공)도 전용 ㎡당 4원인데 세대당 잔액이 241만원입니다. 대치미도맨션(1983년 준공)은 ㎡당 31원에 세대당 잔액 313만원입니다. 재건축을 앞둔 단지들이 더 쌓을 이유가 없어 부과를 낮춘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 사례도 있습니다. 강남구 강남데시앙포레(2014년 준공)는 전용 ㎡당 1,093원으로 301개 단지 중 가장 많이 걷습니다. 세대당 월 87,667원입니다. 그런데 세대당 잔액은 745,220원으로 중앙값(1,253,892원)보다 적습니다. 늦게 시작해서 지금 빠르게 채우는 중입니다.

표에서 가장 의외였던 줄

준공 30년이 넘은 단지만 따로 모아 구별로 비교했더니 노원구가 전용 ㎡당 406원이었습니다. 강남구는 220원, 송파구는 231원입니다. 노원구가 강남구의 1.8배를 걷습니다. 저는 이 줄이 이 표에서 가장 의외였습니다.

강남·송파의 노후 단지 상당수가 재건축 대기 상태라 적립을 줄인 반면, 노원구 단지들은 계속 고쳐 쓸 건물이라 실제로 걷고 있는 것으로 읽힙니다. 저라면 아파트를 살 때 월 부과액보다 세대당 적립 잔액을 먼저 보겠습니다. 부과액이 낮으면 관리비가 싸 보이지만, 잔액이 없는데 낮은 것이라면 그 돈은 사라진 게 아니라 미뤄진 것뿐입니다.

확인할 때 걸리는 것들

  • 적립요율 항목은 301개 단지 중 127곳만 값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요율로 단지를 비교하려 하면 절반이 빈칸입니다.
  • 301개 단지 중 51곳(17%)은 2026년 4월 한 달에 부과액보다 많은 돈을 썼습니다. 공사가 있던 달입니다.
  • 관리비 고지서의 장기수선충당금은 관리비가 아닙니다. 세입자가 낸 것은 돌려받는 돈이고, 나머지 관리비 항목은 돌려받지 못합니다.
  • 시행령 제31조 제6항에 따라 사용검사를 받은 날부터 1년이 지난 달부터 적립이 시작됩니다. 갓 입주한 단지는 아직 0원일 수 있습니다.

이사를 앞두고 있다면 순서는 간단합니다. 관리사무소에 납부 확인서를 요청하고(시행령 제31조 제9항), 계약 기간에 낸 총액을 확인한 뒤, 임대인에게 청구합니다. 전용 84㎡ 기준으로 2년이면 대개 40만원에서 90만원 사이입니다. 잊고 지나가기엔 적지 않은 돈입니다.

곱해도 딱 맞지 않는 숫자들

322원에 84를 곱하면 27,048원인데 왜 27,037원인가요?

표시된 322원이 반올림한 값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중앙값은 전용 ㎡당 321.87원이고, 27,037 ÷ 84 = 321.87원으로 되돌아옵니다. 2년 치도 648,884 ÷ 24 = 27,036.8원으로 같은 값에서 나옵니다.

원 단위까지 맞춰야 하는 숫자가 아닙니다. 하위 10%가 월 1만원, 상위 10%가 월 46,182원이라 단지 간 격차가 4.6배입니다. 11원은 그 안에서 뜻이 없는 차이입니다.

우리 집 고지서에 27,000원이 찍혀 있으면 딱 중간인가요?

두 가지가 다를 수 있습니다. 첫째, 27,037원은 전용 84㎡로 환산한 값입니다. 우리 집이 59㎡면 같은 단지라도 고지액이 작게 나옵니다. 비교하려면 고지액을 우리 집 전용면적으로 나눠 ㎡당 단가를 만든 뒤 322원과 견주어야 합니다.

둘째, 이 계산은 단지 총 부과액을 주거전용면적 합계로 나눈 값입니다. 단지가 세대별로 요율을 어떻게 나누는지는 관리규약에 따라 다릅니다. 시행령 제31조 제1항이 요율을 관리규약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서, 단지 평균과 우리 집 고지액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과액과 잔액의 순위상관이 0.088이면, 적게 걷는 단지를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뜻인가요?

반대에 가깝습니다. 관계가 없다는 것은 월 부과액이라는 단서 하나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뜻이지, 어느 쪽도 위험하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분면을 보면 그 자리가 보입니다. 두 축의 중앙값으로 가른 네 칸이 78곳, 73곳, 73곳, 77곳이었으니 부과액도 중앙값 아래이고 잔액도 중앙값 아래인 단지가 301곳 중 75곳 안팎으로 있습니다. 삼환가락처럼 13억원을 이미 쌓아 두고 부과를 줄인 단지와, 아직 쌓지 못한 단지가 같은 낮은 부과액 칸에 섞여 있습니다. 두 숫자를 같이 봐야 구분됩니다.

노원구가 강남구의 1.8배를 걷는다면 노원구 관리비가 더 비싼 건가요?

그 비교는 두 가지를 좁혀야 성립합니다. 406원과 220원은 준공 30년이 넘은 단지만 따로 모은 값이지 구 전체가 아닙니다. 그리고 장기수선충당금은 관리비가 아닙니다. 세입자가 낸 것은 집주인에게 돌려받는 돈이고, 나머지 관리비 항목은 돌려받지 못합니다.

차이의 방향도 “더 비싸다”가 아니라 “계속 고쳐 쓸 건물인가”에 가깝습니다. 강남·송파의 노후 단지 상당수는 재건축을 앞두고 적립을 줄인 쪽이고, 잠실5단지가 전용 ㎡당 4원인데 세대당 잔액이 241만원인 것이 그런 경우입니다.

이사 전에 확인해 둘 글

출처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본문의 수치는 2026년 4월 부과분 기준이며 이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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