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오르면 왜 채권 가격이 떨어질까

표면금리 3% 채권의 남은 만기별 가격 변동률 비교 막대그래프. 시장금리가 5%로 오르면 만기 1년 -1.9%, 3년 -5.4%, 10년 -15.4% 하락한다.

작성자

카테고리: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 경제 뉴스에 수없이 나오는 문장입니다. 그런데 왜 그런지 설명해 보라고 하면 대부분 막힙니다. 외워서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릅니다.

여기서는 공식 없이 숫자 하나만 따라가며 이 관계를 풀어보겠습니다. 한 번 이해하면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왜 마이너스가 되는지도, 만기가 긴 채권이 왜 더 위험하다고 하는지도 같이 풀립니다.

채권은 “이자를 주는 약속”이다

채권을 산다는 것은 돈을 빌려주고 차용증을 받는 일입니다. 이 차용증에는 세 가지가 적혀 있습니다.

  • 액면가는 만기에 돌려받을 원금입니다. 예를 들어 10,000원.
  • 표면금리는 해마다 받을 이자율입니다. 연 3%면 매년 300원.
  • 만기는 언제까지인지입니다. 예를 들어 3년.

여기서 결정적인 대목은 이 조건이 발행 시점에 고정된다는 점입니다. 3%짜리 채권을 샀다면 세상 금리가 어떻게 변하든 이 종이는 계속 300원씩만 줍니다. 바뀌지 않습니다.

조건이 고정되어 있으니 대신 가격이 움직입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무슨 일이 벌어지나

내가 연 3%짜리 채권을 들고 있는데 다음 날 시장금리가 5%로 올랐다고 해봅시다. 이제 새로 발행되는 채권은 같은 10,000원에 매년 500원을 줍니다.

이 상황에서 누가 내 채권을 10,000원에 사려고 할까요. 같은 돈으로 500원 주는 걸 살 수 있는데 300원짜리를 살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팔려면 가격을 깎아야 합니다. 얼마나 깎아야 할까요. 사는 사람 입장에서 결과적인 수익률이 5%가 되는 지점까지입니다.

채권 가격이 그냥 떨어지는 게 아니다. 떨어져야만 팔린다. 인과관계의 방향이 이렇다.

숫자로 확인해 보기

액면가 10,000원, 표면금리 연 3%, 만기 3년인 채권을 예로 들겠습니다. 시장금리가 3%일 때는 가격이 정확히 10,000원입니다. 조건이 시장과 똑같으니 깎을 이유도 얹을 이유도 없습니다.

시장금리가 5%로 오르면 가격은 이렇게 계산됩니다. 앞으로 받을 돈을 5% 기준으로 현재 가치로 환산합니다.

  • 1년 뒤 받을 이자 300원은 지금 가치로 286원
  • 2년 뒤 받을 이자 300원은 지금 가치로 272원
  • 3년 뒤 받을 이자 300원과 원금 10,000원을 합한 10,300원은 지금 가치로 8,898원

다 더하면 9,455원입니다. 10,000원짜리가 9,455원이 됐으니 약 5.4% 손실입니다.

반대로 시장금리가 1%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이번엔 내 3%짜리가 시장보다 후해집니다. 웃돈을 주고라도 사려는 사람이 생기므로 가격은 10,588원까지 오릅니다. 약 5.9% 이익입니다.

만기가 길수록 더 크게 흔들린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갑니다. 똑같이 시장금리가 3%에서 5%로 올랐을 때도 만기가 다르면 타격이 다릅니다.

남은 만기금리 3% (기준)금리 5%로 상승금리 1%로 하락
1년10,000원9,810원 (-1.9%)10,198원 (+2.0%)
3년10,000원9,455원 (-5.4%)10,588원 (+5.9%)
10년10,000원8,456원 (-15.4%)11,894원 (+18.9%)

만기 1년짜리는 2%도 안 빠졌는데 10년짜리는 15% 넘게 빠졌습니다. 같은 금리 변화인데 손실은 8배 차이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만기가 1년이면 손해 보는 기간도 1년뿐입니다. 곧 원금을 돌려받아 5%짜리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10년짜리는 앞으로 10년 내내 시장보다 낮은 이자를 받아야 합니다. 그 불이익이 전부 지금 가격에 반영됩니다.

금융에서는 이 민감도를 듀레이션(duration)이라고 부릅니다. 채권형 상품 설명서에 “듀레이션 7년”이라고 적혀 있다면 금리가 1%포인트 움직일 때 가격이 대략 7% 반대로 움직인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그래서 실제로 어디에 영향을 주나

채권형 펀드가 마이너스를 찍을 때

“채권은 안전자산 아닌가”라고 생각했다가 채권형 펀드가 마이너스를 찍어서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리 상승기에는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펀드가 들고 있는 채권들의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만기까지 들고 가는 개별 채권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중간에 가격이 어떻게 출렁이든 만기에는 약속된 원금과 이자를 받습니다. 중간에 팔아야 할 때만 손실이 확정됩니다.

예금과 채권을 고를 때

금리가 앞으로 오를 것 같으면 만기가 긴 채권은 불리합니다. 반대로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 같으면 만기가 긴 채권은 이자에 더해 가격 상승까지 노릴 수 있습니다. 위 표의 10년물이 금리 하락 시 18.9% 오른 것이 그 예입니다.

물론 금리 방향을 맞히는 일은 전문가도 어렵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예측하는 법을 알려주는 데 있지 않습니다. 뉴스를 읽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림이 그려지게 하는 데 있습니다.

흔한 오해 세 가지

  •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이자도 줄어든다”. 표면금리는 고정입니다. 300원은 계속 300원입니다. 움직이는 것은 가격뿐입니다.
  • “채권은 원금 보장이다”. 만기까지 보유하고 발행자가 부도나지 않는다는 두 조건이 모두 맞을 때만 그렇습니다. 중간에 팔면 시세대로입니다.
  • “금리 오르면 채권은 무조건 손해다”. 이미 들고 있는 채권은 그렇습니다. 지금부터 사는 사람에게는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채권을 살 기회입니다.

정리

  • 채권의 이자는 발행 시점에 고정되고, 시장 변화는 가격으로 흡수된다.
  • 시장금리가 오르면 내 채권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지고 가격도 내려간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 남은 만기가 길수록 같은 금리 변화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인다.
  • 만기까지 보유하면 가격 변동은 지나가는 소음이다. 중간에 팔면 손익이 확정된다.

이 원리를 알고 나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다”는 한 줄짜리 뉴스가 훨씬 입체적으로 읽힙니다. 금리는 기업 실적에도 흔적을 남깁니다. 손익계산서에서는 금융손익이라는 항목으로 나타납니다.

더 찾아보려면

  • 실제 채권 금리와 유통 정보는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서 볼 수 있습니다.
  •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추이는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한 개인의 의견이며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본문의 계산은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입니다. 실제 채권은 이자 지급 주기와 세금, 신용등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이 글을 쓴 사람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